우리 조직의 문제를 직시해야 올바른 실천 방향 보여
전직원이 머리 맞대고 작은 것부터 실행해 나가야
ESG 실천은 우리 조직의 실상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SG와 탄소감축이라는 국제적 도전에 대해 한국은 얼마나 응전을 잘 준비하고 있을까?
2022년 실시된 한 언론사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89%가 ESG 별도 조직을 두고 있으며, 무려 94%가 ESG 관련 연간 목표 및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했다. 지금은 그 수치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 기업의 대답만 보면 상당히 긍정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에서 강연이나 면담을 할 기회를 통해 직접 느낀 현장의 모습은 딴판이다. ESG 담당 부서 외의 직원들은 여전히 ESG와 탄소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실체를 정확히 파악 못한 상태라는 게 확인된다. 구성원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대기업들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교육을 진행하지만 일회적 캠페인이나 기능적 업무에 무게를 두다보니 ESG와 탄소감축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여 전사적 내재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G 전담 직원의 실무 역량도 끌어올려야 할 부분이 많다. ESG의 기본인 E부분만 봐도 그렇다. 탄소 문제는 ‘에너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에 대한 상쇄 전략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설 때 가능하다. 에너지 현장에서 20년 넘게 종사해 온 필자는 적지않은 기업의 ESG 보고서에 나온 탄소 감축 이행 로드맵과 목표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직원들도 이해 못하는 ESG 경영은 돈 낭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기반이 취약하고, 인허가 기간이 매우 길며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시장에서 매물을 쉽게 확보할 수 없다. ESG 담당 직원이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특성을 이해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단지 자금력만을 바탕으로 미래 재생에너지 사업 확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공염불일 수 있다.
경영진의 이해도와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GRI 등 ESG공시를 이미 시행하는 외국의 보고 기준을 보면 매우 엄격한 증빙을 요구하는데, 돈벌이로 하는 사업을 친환경 투자 내지 사회공헌 실적인 양 적당히 포장하여 ESG 실적으로 기록했다가는 ‘ESG 워싱’ 기업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반대로 유엔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나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역할을 ESG 성과에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소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실 생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중소기업들이 전담팀을 꾸리고 영어로 된 복잡한 국제 규정을 이해하고,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가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관련 정보 요구에 부응하기란 힘겨울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처럼 자체 부서를 두고, 단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후방 사업 전과정의 탄소배출량 산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큰 일이다. 곧 닥칠 공급망 기업에 대한 ESG와 탄소감축 요구에 중소기업들은 현재 속수무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컨설팅 기관 설문에 의하면 자산 5000억 미만 규모의 기업 중 불과 5%만이 ESG 공시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절대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아무 준비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답은 안에서 스스로 찾아야…정부 지원으론 한계
그럼에도 이제 이 문제가 생존의 또 다른 조건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를 외면하거나 무조건 정부에게 손을 벌릴 수 만은 없다. 글로벌 ESG 공시기준과 공급망 관리 규제, ESG평가기관들의 평가 항목과 데이터 포인트들을 차근차근 살피며 임직원들이 전사적으로 내부의 대응 여건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가능한 것들을 하나씩 찾아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장 의무가 아니더라도 이미 CDP 등 국제 기관에서 도시의 탄소 감축이나 ESG 성과에 따른 서열화가 시작됐다. 특히 선출직 단체장들이 ESG 이슈들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SG행정을 시스템화하여 현장의 실무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참여함으로써, 단체장이 교체되더라도 관련 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 현장도 중요하다. UN이나 국제 이니셔티브들의 ESG 의제와, 우리 주변 실생활에서의 자발적 탄소발자국 지우기 등 실천적 활동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ESG와 탄소감축 요구가 경제 주체에게 도전만 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 패션 이니셔티브(SFI)가 작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 중 84.9%가 패션기업들의 ESG경영이 필요하다고 답하였고, 무려 73.3%가 ESG 우수기업 제품이라면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10~20% 내외의 추가 가격을 지불하고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선제적인 ESG와 탄소 이슈 대응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차별화의 새로운 전략적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골프장 기업의 ESG 경영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방문객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경희대학교 석사 논문 연구에 의하면 연 21회 이상 골프장을 방문하는 연봉 1억 이상 4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골프장 기업의 ESG 경영활동관련 기업 이미지가 골프장 선택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ESG와 탄소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기업과 기관 모두 현재 준비 상태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카본리터러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 탄소 감축 요구에 대한 심각성을 공유하고,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맞춤형 실천 교육에 나서야 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ESG 리스크를 얼마든지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우리 조직의 현주소를 직시하는 일이다.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박희원은 기업 및 지자체 등의 탄소중립, RE100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다. 속초 등 지자체, 다수 대기업, 중소기업의 넷제로 전략을 자문하고, 현장의 ESG 실무자들을 위한 넷제로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공학박사(에너지자원공학) 학위를 땄다. ‘풀뿌리 ESG’를 주제로 <ESG경제>에 칼럼을 연한다.
How Well is South Korea Responding to the Global Challenge of ESG and Carbon Reduction?
According to a 2022 survey conducted by a major media outlet, 89% of the top 100 companies by market capitalization in South Korea had established dedicated ESG organizations, and a staggering 94% had set annual ESG-related goals and plans. These numbers have likely increased since then. Judging by corporate responses alone, the outlook appears quite positive.
However, based on firsthand experiences through lectures and consultations with some large corporations, the reality on the ground tells a different story. Employees outside of ESG departments still show a significant lack of understanding about ESG and carbon issues, and often cannot grasp the core of these matters. Many do not know what role they are supposed to play in their respective positions.
Although many large corporations conduct ESG training for employees, such efforts tend to be one-off campaigns or focus mainly on functional tasks. As a result, employees struggle to accurately understand the essence of ESG and carbon reduction, making it difficult to internalize these goals across the organization.
Even among ESG-dedicated staff, there is much room for improvement in practical capabilities. Take the “E” (environmental) aspect, for instance. Understanding carbon issues begins with understanding energy. Effective carbon offset strategies for corporate emissions are only possible with a proper grasp of the energy industry. As someone who has worked in the energy field for over 20 years, I often find that many companies’ ESG reports include carbon reduction roadmaps and targets that are not feasible in practice.
ESG Management That Employees Don’t Understand Is a Waste of Money
Korea has a weak renewable energy foundation, long permitting periods, and tangled interests, making it difficult to secure renewable energy sources in the market. If ESG officers lack expertise in the unique characteristics of the renewable energy sector, then planning future renewable energy business ventures based solely on financial capability could prove fruitless.
Executive understanding and capabilities are also crucial. ESG reporting standards such as those from GRI require strict evidence. If companies misleadingly present business-for-profit initiatives as eco-friendly investments or social contributions, they risk being labeled as “ESG-washing” companies, suffering serious reputational damage. Conversely, lacking understanding of the UN’s SDGs or the carbon credit market might result in a company failing to showcase ESG achievements it is already making.
The situation is even more dire for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SMEs). These companies, often stretched just to survive, find it nearly impossible to establish dedicated ESG teams, interpret complex international regulations written in English, calculate carbon emissions, and meet data requests from large corporations or financial institutions.
It’s practically impossible for small-scale businesses to create dedicated departments or independently invest in and operate renewable energy projects like large companies. Moreover, calculating carbon emissions across the entire upstream and downstream value chain poses a massive challenge. With ESG and carbon reduction requirements for supply chain partners looming, SMEs are currently in a helpless state.
A survey by a consulting firm found that only 5% of companies with assets under 500 billion KRW are well-prepared for ESG disclosures. In reality, the vast majority of SMEs are unprepared.
The Answer Must Come from Within—There Are Limits to Government Support
Even so, since ESG and carbon reduction have become conditions for survival, we cannot ignore them or simply rely on government support. The starting point should be a careful examination of global ESG disclosure standards, supply chain regulations, and evaluation criteria from ESG rating agencies, as well as assessing internal organizational readiness across the company. Solving every problem at once is not realistic—but even small steps can be the beginning of meaningful progress.
The same applies to local governments. Even if there are no immediate mandates, international organizations like CDP are already ranking cities based on carbon reduction and ESG performance. Especially elected leaders must show leadership in ESG matters. ESG governance should be systematized so that field-level public officials can participate with a sense of pride, ensuring that related policies can continue even when administrations change.
The education field is also critical. Students need to be made aware of both the global ESG agendas set by the UN and others, and the practical steps they can take in everyday life to reduce their carbon footprint.
ESG and carbon reduction are not only challenges for economic entities—they can be opportunities. According to a 2023 survey by the Sustainable Fashion Initiative (SFI), 84.9% of consumers said ESG management by fashion companies is necessary, and 73.3% were willing to pay 10–20% more for products from ESG-strong companies compared to competitors.
Proactive engagement with ESG and carbon issues has become a new strategic element in improving brand image and market differentiation. For example, a master’s thesis from Kyung Hee University found that for men in their 40s with an annual income over 100 million KRW who visit golf courses more than 21 times a year, the ESG activities of golf course companies had a positive influence on their selection of golf courses.
ESG and carbon reduction are unavoidable demands of our time. With the current level of preparedness, neither companies nor institutions can win this battle. A deep understanding of carbon literacy is essential, and a shared sense of urgency about global carbon reduction must be fostered. Customized, practical education for internal members is necessary. These efforts can transform ESG risks into opportunities. And the first step is to clearly recognize where our organization currently stands.
